태국 건축유산 순례- 새벽사원 "왓아룬"

특별취재팀 | 기사입력 2015/01/31 [19:54]

태국 건축유산 순례- 새벽사원 "왓아룬"

특별취재팀 | 입력 : 2015/01/31 [19:54]

북쪽 먼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짜오프라야 강이 방콕에 이르러 마치 활의 호와 같이 크게 굽이치면서 만든 오목한 곳에 방콕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탑이 우뚝 서 있으니, 이 탑이 있는 곳을 우리는 “새벽사원- 왓아룬”이라 부른다. ‘새벽 사원’이라…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새벽사원은 모든 것을 갖춘 불교사찰이지만 탑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탑과 사원이 동일시 된다. 이곳에 있는 높이 67미터의 주탑(프라쁘랑)은 쁘랑 형태의 탑으로서는 태국 최대규모이며, 누군가 “태국전통건축의 최고 기념비”라고 칭송했을 정도로 이 탑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 잡는다.
 
이 탑이 소재한 새벽사원은 멀리 17세기까지 그 기원이 올라간다. 톤부리의 ‘방마콕’이라 불렸던 이 일대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 공동체의 지역사원으로서 ‘왓마콕’이라는 사원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18세기 후반 버마의 침공으로 아유타야 왕국이 멸망하고, 이를 피하여 남진하던 ‘딱신’장군이 이 사원에서 새벽을 맞이 하였는데, 후에 버마군을 몰아내고 톤부리 왕조의 왕이 된 딱신은 이 사원의 이름을 ‘밝은 빛’을 의미하는 ‘왓쨍’으로 개명하고 왕실 전용사원으로 삼았다. 전통에 따라, 왕실전용사원인 이 곳에는 승려들이 거주하지 않았으며, 태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불상인 에메랄드 불상(프라깨오)을 법당 안에 봉안했는데, 이 법당 건물이 현재 탑의 동남쪽에 위치한 ‘위한노이(Viharn Noi)’이다.
 
딱신왕의 왕실 전용사원인 ‘왓쨍’ 시절에만 해도 탑의 크기는 높이 16미터 정도로 평범한 모습이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대탑으로서 위용을 갖추게 된 것은 톤부리왕조를 이어 태국을 통치하게 된 초기 방콕왕조에 의해서이다. 방콕왕조의 창건자인 라마 1세의 아들 라마 2세는 방콕의 영광을 상징하는 탑을 이곳에 건설하고자 했고, 이 구상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탑과 사원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1824년에 세상을 떠났다. 라마 2세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의 문화지도자’로 선정된 바 있다.
 
라마 2세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새벽사원을 완성한 이는 그의 아들인 라마 3세이다. 라마 3세는 재위기간(1824-1851) 중 사원의 건설을 추진하여 현재 모습의 새벽사원을 탄생시켰는데, 눈썰미가 있는 방문자라면 중국풍을 선호하였던 그의 영향을 사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라마 3세의 동생이자 소설 “왕과 나”의 주인공인 라마 4세는 사원의 이름을 ‘왓아룬 라차와라람’이라 하였는데, 중앙 탑의 탑두 장식인 금강저 위에 꽂힌 왕관은 라마 4세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원은 새벽신 “프라 아룬(Phra Arun)”에게 바쳐진 것이다. ‘프라 아룬’은 태양신 ‘프라아팃(Phra Athit)’의 마차를 모는 존재로서 일출(日出)의 붉은 빛을 지니고 있는데, 해가 떠오르는 것을 예표한다. 사원은 짜오프라야 강을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하며, 건너편 동쪽에는 왕궁과 왕실사원인 에메랄드 사원이 있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면 서쪽에 위치한 것들이 먼저 밝은 모습이 된다. 방콕의 지도자들은 서쪽에 위치한 새벽사원의 탑을 통해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가장 빨리 만나고자 했다.  
 
탑의 조형은 인도의 만달라 건축전통에 따라 치밀한 수학적 계산에 근거해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완벽한 질서를 갖춘 이 탑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아연 싸구려 자기와 그 파편들이다. 가까이서 보면 조잡하고 깨진 도자기들이 67미터 대탑의 완벽한 조형미를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재료로서의 자기 파편은 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새벽 태양이 떠오르면 새벽사원의 대탑은 새벽의 붉은 빛을 발광하게 되고, 이로써 방콕은 새날이 밝았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옛적에 배를 타고 방콕을 찾아 떠나온 외국인들은 새벽사원의 대탑을 발견하고 나서야 방콕에 당도하였음을 알았다고 한다. 새벽사원의 대탑은 단순히 새벽사원이라는 좁은 물리적 공간에 한정되는 탑이 아니다. 당초 새벽사원의 구상자인 라마 2세가 뜻한 바처럼, 대탑은 방콕의 영광(the glory of Bangkok)을 나타내는 탑으로서 국가적 위상을 가진 탑이었던 것이다. 탑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강 건너로는 왕의 거처이자 정사의 중심지인 왕궁이 있고, 이웃하여 국가의 수호신인 에메랄드불상이 좌정한 왓프라깨오가 있다. 왕궁 남쪽으로는 태국 예술의 집합체로 평가 받는 ‘왓포(Wat Pho)’가 있으니, 그 중간을 세차게 흐르는 강물은 마치 으쓱대는 듯 하다.
 

 
대탑은 3층의 기단(위 사진 좌의 5)을 가지고 있는데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진 이 기단의 높이만 37미터이다. 기단 바로 위에는 유물봉안실(위 사진 좌4)이 있고 천국의 지배자인 ‘제석천’이 코끼리 위에 올라 입구를 수호하고 있다(위 사진 우). 유물봉안실 위는 가루다를 탄 ‘프라 람’이 지키고 있고(위 사진 좌3), 그 위에는 7층의 탑신(사진 좌2)이 놓여 있는데, 천국을 상징한다. 탑두(위 사진 좌1)에는 불멸의 금강저가 꽂혀 있으며, 위로 왕관이 얹혀 있어서 마치 탑이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대탑은 정사각형의 높은 대지 중앙에 서 있다. 각 모서리에는 작은 탑이 세워져 있고, 그 사이에는 ‘몬돕’이라는 건물이 놓여 있다. ‘몬돕’ 안에는 부처님의 일생이 묘사되고 있다. 이 같은 평면 배치의 모습은 ‘만달라’ 또는 ‘하도낙서’의 괘상으로서 완벽한 우주의 모습을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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