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아유타야- “왓 라차부라나”

태국 건축유산 순례

특별취재팀 | 기사입력 2015/01/31 [18:51]

세계문화유산 아유타야- “왓 라차부라나”

태국 건축유산 순례

특별취재팀 | 입력 : 2015/01/31 [18:51]

‘왓 마하탓’의 북쪽 건너 편에 “왓 라차부라나(Wat Rachaburana)”라고 하는 사원이 있다. 이 사원의 중심인 쁘랑탑은 아마도 비슷한 종류의 아유타야 쁘랑탑 중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하나일 것이다. 600년에 가까운 세월의 무게와 여러 차례에 걸친 버마군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한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쁘랑탑이다. 중앙의 쁘랑 주탑을 중심으로 기단부 네 코너에 제디탑이 서있는 모습은 크메르의 영향을 흡수한 초기 아유타야 탑의 전형적인 모습을 우아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80여 년 전인 1424년 아유타야의 7대 왕 인드라라차 왕이 승하했다. 왕의 서거와 동시에 왕의 장남(‘차오 아이 프라야’. 수판부리 통치 왕자)과 차남(‘차오 이 프라야’. 산부리 통치 왕자) 사이에 왕권을 둘러싼 대결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현재의 사원이 위치한 바로 그 자리에서 각자의 코끼리를 타고 일대일로 결투를 벌이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창 끝이 동시에 서로를 관통했는지 결투의 결과는 모두의 죽음이었다. 아버지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장남과 차남이 동시에 서로를 죽인 것이다.
 
강력한 후계자였던 첫째 왕자와 둘째 왕자가 동시에 사라지고 나자 왕권은 셋째 왕자에게 이어졌다. 이 사람이 바로 ‘차오삼프라야’라고 칭하던 ‘보롬라차 2세’(재위 1424-1448)로 아유타야 왕국의 제 8대 왕이다. 1438년에 수코타이를 아유타야에 완전히 합병한 인물이고, 아유타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중 하나인 “보롬트라일로카낫”왕의 아버지이다.
 
형들의 죽음으로 왕위를 승계하게 된 ‘차오삼프라야(보롬라차 2세)는 그의 두 형들이 서로를 죽인 그 자리에서 그의 부친과 함께 두 형들의 장례식(화장)을 거행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사원을 지었으니 바로 ‘왓 라차부라나’이다. 먼저 두 개의 제디탑을 세워 그들의 유골을 보관케 하였다고 하며, 그 이후 중앙의 쁘랑탑과 비한(Viharn), 봇(Bot)등의 전각을 지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왓라차부라나”가 완성된 것이다.
 
1957년도에 도굴꾼들이 쁘랑탑 내부에 침입하여 상당수의 보물을 탈취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들이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난 후에서야 태국 예술부에서 조사를 실시하여 각종 진귀한 유물들을 발굴하였다. 1958년도에 쁘랑탑 내부의 유골봉안실(루안탓: Ruan That)을 관람할 수 있도록 계단을 설치하였고, 당시 발굴된 보물들은 인근에 위치한 차오삼프라야 국립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처럼 사망한 왕족을 화장하고 그 화장터에 세우는 탑을 “프라 마하탓”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크메르의 전통 중 하나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유타야는 크메르문화를 적극적으로 승계하였기 때문에 아유타야 문화의 다방면에서 크메르 전통의 수용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왓 라차부라나’는 크메르의 ‘프라 마하탓’ 전통을 따라 지은 사원이며, ‘왓 라차부라나’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왓 프라람’도 크메르의 프라마하탓 전통에 따라 역시 화장터(초대왕 우통왕의 화장터) 위에 지은 사원인 것이다.
 
쁘랑탑은 마치 동심원을 연상시키듯 배치된 담장과 회랑 안의 정 중앙에 위치한다. 쁘랑은 크메르 건축에서 피라미드(산) 모양으로 불교도의 천국인 수미산을 상징한다. 이 같은 상징성을 갖는 쁘랑탑 내부에 왕(족)의 유골을 안치하는 행위는 왕의 신격을 선포하는 것이다. 유골봉안실의 외부는 통상 불상이 안치된 사면의 벽감(Niche)으로 둘러싸여 있고, 천국의 계단을 상징하는 그 상단부의 길목을 수호동물인 ‘가루다(Garuda)’가 지키고 있다.
 
‘왓 라차부라나’는 아유타야의 쁘랑탑 중에서는 유일하게 유골봉안실을 공개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탑의 동쪽으로 나있는 외부계단을 통해 탑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큰 홀을 만나는데 이곳에서는 탑에서 발견된 유물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 홀 한쪽으로 유골봉안실로 내려가는 매우 좁고 가파른 계단이 보이며,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가다 보면 유골봉안실에 당도한다.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층에는 흐릿하나마 섬세한 붓놀림을 느낄 수 있는 벽화를 볼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이곳으로부터 더 밑으로 연결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드디어 탑의 가장 깊은 곳인 묘실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형제상쇄(兄弟相殺)라는 가장 비극적인 죽음의 장소에서 장례를 치루고, 그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탑이 바로 ‘왓 라차부라나’이다. 오늘날의 ‘왓 라차부라나’는 탑의 가장 은밀한 장소인 묘실을 개방함으로써 방문자들로 하여금 죽음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곳에서 내가 마치 유골이 된 기분을 느끼면서 생각해 본다. 죽음은 닫히는 것인가? 죽음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인가? 죽음은 어두운 것인가? 죽음은 갇히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다시 열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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