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일어난 강릉 성인 남녀 실종 사건을 두고 누리꾼들 열기가 삼복더위만큼이나 뜨겁다. 그 중 20대 남성 H씨는 열흘 간 강릉 인근 부연동 계곡의 한 펜션에 감금되어 있다 탈출해 그간의 상황을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납치될 당시 현장에 112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여러 명에 의해 차에 강제로 실려가는 상황을 보고도 구조요청을 외면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경찰에 수차 전화를 했지만 담당자와 연결이 안 되었다. 결국 112를 통해 전화를 돌려 받은 곳이 강원경찰청 상황실이었다. 그러나 상황실에서 홍보실로, 홍보실에서 생활안정계로, 알아보고 답변을 주겠다는 생활안정계는 답이 없고 결국 답이 온 것은 사건 관할인 강릉경찰서 감사실이었다. 동료 지인들은 피해자가 구출되기 전에도 분명 납치 감금인데 경찰이 미온적 수사를 한다고 검찰에 탄원서를 냈다. 그런데 출입 기자 외에는 전화 취재도 출입도 제한한다는 검찰의 반응이 또한 오십 보 백 보였다. 정작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마저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어 검찰의 문턱이 높다는 항변또한 면키 어려워 보인다. ‘강릉, 실종, 납치’ 하니까 지역의 문헌 기록을 하나 떠올려 보자.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 조에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과 그 아내 수로부인 이야기가 두 편의 향가와 함께 전해 온다.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임지 가까운 바닷가에서 수로부인이 용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순정공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한 노인이 지나가다 부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옛 사람들 말에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했습니다. 바다 속 용도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무서워하지 않겠습니까? 인근 백성들을 불러 노래를 함께 부르며 막대기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인의 말대로 순정공이 백성들과 노래를 부르며 언덕을 두드리자 용도 수로부인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사람들이 함께 불렀던 노래가 ‘해가’라는 이름으로 전해 온다.
그렇다 권력의 상징인 용도 여러 사람의 말, 백성들의 소리를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백성의 소리가 곧 민심이요 민심이 천심인데 목하 상황을 보면 마땅히 그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수사기관은 못 듣고 있는 건지 아니면 듣고도 못들은 체 하는 건지 백성들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지인과 동료들이 일주일이 넘도록 미진한 경찰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남자 청년(H씨.21)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수사기관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간에 있었던 일을 증언했다. 납치감금 현장에서 인근 모 교회 Y목사가 경비원들과 함께 피해자의 손발을 같이 묶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강제개종교육 피해자연대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16일 많은 피해자들이 강원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항의 집회를 했다. ‘아직 소재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는 여성 실종자(K씨.30)에 대한 경찰의 조속하고도 적극적인 수사와 이를 사주 내지 방관한 이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유는 곧 국민들의 알 권리와 직결되는데 취재원에게 기자가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한다면, 기자마저 가까이 하기 힘든 곳이라면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찰과 검찰은 과연 어떠할까? 위로부터 오는 지시는 필요 이상 굽히고 힘없는 이들이 외치는 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 자세는 언제부터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지 그 뿌리를 알고 싶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은 여백이 많아 보기 좋으라고 붙여놓은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독재시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억울함에 잠 못 이루는 이들은 오늘도 손에손에 막대기를 들고 여기서 저기서 함께 외치며 권력의 언덕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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